독서의 매력에 빠져들지 못하는 이유

가을이 깊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 시대에는 이 말이 점점 어색해지는 것 같다. 어느 분야든 리더들은 책을 가까이한다. 본인이 책을 즐겨 읽든 아니면 독서광을 가까이 둔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강점이 발휘되지만, 머리를 통한 것이 아마 최강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독서는 내가 강해지기 위해서만 읽는 것은 아니다. 독서에 빠져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또한 독서의 매력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다.

한 마디로 독서의 매력이라고 표현하지만, 독서는 참 오묘하다. 나의 무지와 한계를 드러내는데도 밉지 않고 더욱 사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알게 되니까 남에게 알리고 싶고 글로 적고 싶어 진다. 우리가 어릴 적 상을 받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께 알리는 것과 같다. 이렇게 알게 되는 재미가 더해지면 깨달음의 단계로 접어든다.

여기서 깨달음이란 종교적, 도덕적 의미의 깨달음을 뜻하지 않는다. 책을 통해 나와 내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는 단계이다.

책을 읽을수록 세상의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한 일이다. 어제까지는 안 보이던 것들이 언제부턴가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이 갑자기 변한 것도 아닌데, 단지 내 눈이 뜨지기 시작한 것이 이유다. 세상이 달라지니까 그 안에서 나의 모습과 삶이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어떤 책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하면 그 내용이 나의 생활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 변화의 즐거움도 책이 주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우리는 항상 타인에 대해 경계하고, 자존심과 자만 그리고 허영심으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이 경계의 벽이 조금 허물어진다. 책을 즐기려면 내가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경계하지 않는 무방비의 순수한 나를 마주할 수 있다. 나의 진모습을 보게 된다. 나를 더욱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독서의 매력이 있는데, 이 매력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 자신의 지적 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이라고 추천받아 읽어보면 어느새 흥미가 떨어지고 중도 포기하게 된다. 나의 독서 능력이 이 책을 읽을 준비가 안된 건 아닐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보통 어른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보면 지루해한다. 자신에게 맞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때 푹 빠져든다.

나의 독서 능력에 맞는 책을 찾아서 하나씩 읽어나가면 어느새 나의 독서 능력이 상승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나의 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이 나에게는 무의미하다. 당연히 지루하게 된다. 아는 게 많을 수록 지식이 더욱 잘 스며든다. 지식이 쌓여가는 재미가 있다.

베스트셀러라고 또는 추천 도서라고 읽었는데 재미가 없고 다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남에게 좋다고 무조건 나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내가 관심이 가고 흥미가 있는 분야의 책을 고르는 것이다. 이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현재 내 일이나 현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라. 내가 바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집중도가 올라간다.

다음으로 완독과 속독의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완독과 속독의 압박에 시달리면 독서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완독을 해야 책의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 그냥 그렇게 읽으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느껴지고 다 읽기 힘들면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곳을 나만의 속도로 읽어 나가면 된다. 한 챕터를 읽어도 내가 느끼고 깨달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속독을 신경 써지 마라. 우리는 생각의 속도로 글을 읽지 눈의 속도로 글을 읽지 않는다. 글을 읽다가 공감이 가거나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곱씹고 천천히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책 읽기의 자연스러운 속도이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다면 나를 책에서 멀리하는 게 무엇인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 독서의 매력을 더 이상 놓치지 말자.